계속해서 졸업 시기가 미뤄졌고... 결국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에 귀국을 하게 되었다. 1월 초에만 입국해도 모든 것들이 순탄했을텐데... 졸업 후, 미국 여행을 하고 돌아오겠다는 계획도, 추억의 장소들을 다시 방문해보는 것도 모두 어렵게 되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느낄 새도 없이 졸업하고 그냥 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집에서 시카고까지는 기동성과 바이러스 안전을 모두 고려하여 렌트를 해서 세 식구가 바로 공항까지 이동하였다. 터미널 체크인 카운터는 대한항공만 열려있고 다른 곳은 다 닫혀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구석에 있다가 마스크 재빨리 쓰고 체크인하고, 보안검색을 하고 출국장으로 들어왔다. 공항 내 식당은 대부분 문을 닫았는데 다행히 PP 카드로 입장 가능한 에어프랑스-KLM 라운지가 문을 열어서 그 곳에서 대기를 했다. 공항에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매우 순탄하고 수월하게 들어왔다. 이렇게 쉽게 출국장까지 들어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
마스크를 쓰고 라운지에 입장해서 간단한 음료와 간식을 챙겨, 맨 구석자리에 가서 조용히 앉았다. 대기할 때는 마스크를 벗고 구석에 세 식구가 모여 잠시 쉬었다. 라운지에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1시간 반 정도 조용히 쉬면서 중간중간 메일 확인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14시간 비행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휴식을 취했다.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는 반 정도가 중국 유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어디서 구입했는지, 하나같이 방어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마스크를 했다. 약간 의아했던건 라운지에서 다같이 모여 간식이랑 콜라 먹던 아이들이 비행시간 다되니까 방어복 입고 나가는 거였다ㅋㅋㅋ 아니 그럴거면 집에서부터 입고 오지 비행기 탈때만 입으면 너무 효과가 없지 않나? 싶기는 했는데 일단 이렇게 철저하게 해주는 승객들이 있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뭐 나는 사실 반 쯤 포기하고 비행기를 탔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20대인데 아이도 없이 혼자 가면 되면 방어복 입고 물 한모금 안마시고 화장실 안가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내릴 수 있겠지만.. 일단 우리 아이를 쉴새없이 상대해야하고 아이는 수시로 먹어야하며 화장실도 가야하기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 아이로 인해 주변 승객들이 14시간 동안 고통스럽지 않도록 아이를 엔터테인 해주는 것이 내가 가장 집중하고 걱정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다같이 같은 시간에 동시에 밥을 먹고(무려 식사 2번, 간식 1번, 중간중간 마시는 음료), 좁은 화장실을 공유해야하는 처지인데... 아예 음식을 먹지 않거나 화장실을 가지 않는 전략을 쓰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위 사진의 방어복까지 입은 사람 중, 결국 잠을 자다가 코를 내놓는 사람, 방어복 지퍼를 가슴팍까지 내린 사람, 마스크 벗고 기내식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고글/마스크/위생장갑을 끼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마지막까지 버틴 이도 있었다.
망둥이처럼 14시간의 비행 시간 중, 딱 3시간 자고 미친 듯이 놀고 먹고 싼 우리 아이는 그냥 포기ㅋㅋㅋ
승무원들은 보딩할 때는 고글+마스크+우비형 방어복을 착용했고, 기내 서비스 중에는 마스크+우비형 방어복을 착용했다. 갑갑할텐데 친절하게 열심히 일해주시는 모습이 너무 황송하고 미안할 지경...
일단 좌석의 앞뒤 간격은 넓었고, 생수/담요/해드셋/쿠션/키트(슬리퍼, 칫솔, 치약)이 놓여져있었다.
어린이 승객에게 주어지는 뽀로로 색칠놀이 세트와 해드셋. 뽀로로 색칠놀이는 딱 10분 열정적으로 가지고 놀아주었다. 의외로 해드셋을 끼고 기내에서 상영해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아이는 딱 3시간 자고, 나머지 11시간은 아주 열정적으로 놀았다. 나중에 졸려서 힘들어할 때는 안잔다고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난리를 부렸다. 비행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자기가 싫었던 것이다. 의외로 아이는 비행기를 너무 좋아했고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을 아주 즐거워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탔던 비행기들은 모두 기내식이 나오지 않았던터라 기내식을 먹는 것도 너무 신나했고, 마음껏 만화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좋아했다. 비행기 기종이 크기 때문에 복도가 2개니까 복도를 따라 비행기를 빙글빙글 돌았는데, 안아달라고 해서 대여섯 바퀴돌고, 업어달라고 해서 대여섯 바퀴 돌고, 본인이 걸어서 대여섯바퀴 돌고, 본인이 뛰면서 대여섯 바퀴 뛰고... 조금 있다가 다시 돌기 시작. 화장실에 붙은 거울을 바라보며 노래부르고. 보딩할 때 받은 뽀로로 색칠놀이하고, 기내 모니터 리모콘으로 전화놀이하고. 집에서 챙겨간 핫휠 자동차가지고 비행기 내 약간의 공간으로 가서 자동차 놀이하고. 복도를 마주보고 엄마랑 숨바꼭질 놀이하고. 뒷편 갤리와 비상문 구경하고. 아무튼 아주 아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중간에 한 승무원이 왜 안자냐고 물어볼 정도. 이날 비행기에 탔던 아이들은 모두 잠이 푹 들어서 가던데... 우리 애는 왜 이럴까. 아주 골반이 뽀사지는 줄 알았음.
이륙하고 1시간 정도 있다가 나온 첫 기내식. 소고기 스테이크랑 비빔밥이 있었다. 아이는 소고기에다가 햇반 추가해서 한공기 먹었고, 빵도 다 먹었고, 과일은 우리 몫까지 다 먹었다. 엄마 아빠는 비빔밥 먹음.
한참 놀던 아이가 배고프다고 해서 중간에 간식을 요청해 먹였다. 브라우니 2개와 주스 2잔 흡입하고 또 다시 씐나게 놀았다.
7시간 지났을 때, 스낵 시간에는 고기 들어있는 빵/바나나 같이 간단한 간식을 나눠주었다. (이 시간을 기억하는건 거의 10분에 한 번씩 남은 비행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해서 일 것이다 ㅠㅠ 정말 시간이 가지 않았다.)
아이가 겨우 잠이 들었고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기내식이 나올 때는 기내의 불이 환하게 켜지기 때문에 겨우 잠이 든 아이는 일어났다 ㅠㅠ 너무 피곤한 아이는 한 줌 정도 음식을 먹고 기내 영화를 봤다.
기내식을 먹고 나니 아직도 1시간 반이나 비행시간이 남아있어 참 절망스러운 기억이 난다. 아이는 다시 안잔다고 해서 기내 영화를 비몽사몽 보게 하면서 남은 시간을 버텼다.
입국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공항 내 입국 시스템은 많이 정착되어있었다.
처음에 비행기에서 내리면 인천에서 환승하는 사람들과 입국하는 사람들을 나눠서 안내해준다. 입국하는 사람들은 입국 심사를 받으러 쭉 들어오면 된다. 다만, 입국 심사를 받기 전에 절차들이 많이 늘어나서 시간이 생각보다 걸렸다. 체온을 측정하고 또 조금 들어가서 앱을 설치해서 확인하고(앱은 미리 다운 받아놓으면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조금 들어가서 국내 연락처를 확인하고 (국내 연락처는 군인들이 그 자리에서 전화를 하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아야 하므로 미리 가족에게 톡을 보내주세요.) 또 조금 들어가서 자가 격리를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또 조금 들어가서 서류를 확인받고 (잘못 작성하면 빠꾸) 다시 또 조금 들어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또 조금 들어가서 입국 심사를 받고 짐을 찾는다.
짐을 찾고 나가면 다시 자가 격리하는 곳까지 어떻게 이동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분류된다. 자차로 이동하는 경우, 만약 내가 인천공항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아서 직접 운전하고 간다면 바로 나갈 수 있고. 그게 아니라 보호자가 운전해주는 차를 얻어 타는 거라면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운전자가 직접 입국장까지 와서 인계해서 데리고 가야한다. 택시를 타고 싶다면 요청해서 불러주는 택시를 타면 된다고 한다. 지역마다 이동 방식이 다르니 집까지 가는 방법도 안내에 따라야 한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입국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아서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서류 작성을 하거나, 앱에 인증을 하거나, 보호자 핸드폰을 확인하거나 하는 등 집중해서 처리해야하는데 3살 짜리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열심히 놀다가 결국 착륙할 때쯤 잠이 들어 유모차를 끌면서 입국하면 될 것이라는 나의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출국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한국에 들어온 아이는 그날 하루 동안 총 3시간 밖에 자지 않았으나 너무나도 쌩쌩했다. 쌩쌩한 것을 넘어서서 하이퍼가 되어버렸다. 내 생각에는 언제나 주변에 백인들이 많고 영어로 말하는 환경에서 갑자기 동양인들만 있고 한국어로 말하는 환경이 되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지금까지 아무리 많은 공항에 다녔어도 착륙 후 하이퍼가 온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중에 입국 심사할 때는 유리문 칸막이 사이로 도망가서 잡으러 다니고, 짐 찾을 때는 본인이 뛰어가서 우리 짐을 꺼내려고 하고 (너무 무거워서 실패), 입국장으로 나가서는 방어복 입은 군인들에게 하이파이브 인사하며 뛰어다녔다 ^^;;;;
오죽하면 내가 ADHD가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었을까.. 물론, 아니라고 하지만 종종 도저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에너지가 발산된다.
아무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힘든 2일을 보냈고... 며칠 동안 골반이 너무 아파서 고생하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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