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카센터는 불안해!

한달 전, 집 앞에 주차를 해놓은 남편 친구의 차를 누군가 꽝! 박고 도망갔다더군요. 어찌나 세게 박았던지 문이 찌그러지고 창문이 망가질 정도였대요. 산지 1년도 채 안된 새차였는데 말이요. cctv도 없어 범인은 못찾고 모두 개인 돈으로 수리를 해야했지요. 울며 겨자먹기로 제일 싼 카센터를 겨우 찾아 차를 맡겼습니다. 그런데 4일 뒤, 차를 받고 보니 친구 차에 맞지도 않는 부품을 써놨고 요청을 하지도 않은 에어백을 수리한 흔적이 있었답니다. 이를 발견한 친구는 항의를 했고, 1주일이나 더 기다려야 했었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작년 우리가 겪었던 카센터의 악몽이 떠오르더군요 ㅠㅠ 이 친구는 그 자리에서 발견이라도 해서 항의라도 했지... 우리는 한참뒤 발견해서 오지게 고생을 했었단 말이죠.

미국에서도 믿을수 있는 카센터를 찾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몇 시간 거리로 이사를 가도 이용하던 카센터까지 계속 오는 사람도 있구요. 그런데 이 믿을 수 있다는 게 한국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 고의적으로 나를 속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으로 믿을 만한 카센터를 찾는다면, 미국은 허술하게 실수를 만들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보다 커서 믿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거지요.

---

사건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서 남편은 브레이크 오일과 트랜스미션 오일을 교체하는 아주 간단한 용무로 유명 체인 A 카센터에 차를 맡겼습니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므로 카센터에서 기다렸다가 끝나고 차를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집 앞 주차장에서 교체가 잘 되었나보군~ 하며 잠깐 본네트를 열어보았는데... 

왠 걸레 한 장이 본네트 안에 들어있는겁니다. 작업을 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깜빡한 것이지요. 만약 이 걸레가 벨트 쪽으로 빠져있었다면 정말 큰일날뻔 한거지요. 사실 여기까지도 우리는 '이런 정신나간 사람들이 다 있나'하고 허허 넘겼지요. 그리고 한 한달 정도 아무 일 없이 차를 잘 타고 다녔답니다.

어느날,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면서 에어컨을 켰는데... OMG! 차가운 바람이 안나오더군요. 프레온 가스가 새어나간겁니다. 작년 우리에게 차를 팔았던 전 주인 할아버지가 똥차를 속여 팔았다며 원망원망하고 개인 매장인 B 카센터에 갔습니다. 그루폰으로 프레온 가스 충전 쿠폰을 구매해 예약하고 찾아갔지요. 2시간 만에 프레온 가스는 충전되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왔습니다.

혹시나 싶어 다시 본네트를 열어보니 '쉬이익' 바람 새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세상에! 지난번 그 걸레가 있었던 자리에서 프레온 가스가 새고 있는 것입니다. 의문의 녹색 액체도 함께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엄청 깜짝 놀랬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프레온 가스에 넣은 색소더군요. 프레온 가스가 샜던 주범은 바로 A 카센터!

놀란 가슴에 다시 B 카센터에 전화를 걸고 다음 날 바로 방문했습니다. 차를 확인해보더니 사장 말이 가스가 새는 것이 맞다, 파이프를 교체해야한다며 약 $500의 견적서를 주었습니다. (아니, 처음에 가스 다 넣고나서 새는지 확인 좀 해보지! 새는 소리 '쉬이익' 엄청 나더구만!) 

이건 정말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싶어, 직접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아마존으로 필요한 공구와 부품을 구입해 직접 고치기로 한거죠! 

 

먼저 이 화씨 45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반죽을 구입해서 파이프의 미세한 구멍을 막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200 짜리 파이프를 사서 교체해야하지만 단돈 $8에 해결!

돈을 엄청나게 절약하는 것 같이 흘러갔지만...

파이프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줄 진공 펌프도 구입! $145!

프레온 가스! $15!

가스통 밸브! $12!

카센터에서 $50이면 충전할 수 있는 프레온 가스를 스스로 충전하기 위해 약 $200 지출! 하지만 나 자신은 믿을 수 있으므로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에어컨 팡팡 틀면서 잘 타고 다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