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망고댁 in 미국 시골

미국에서 도난당한 내 한국음식!

반응형

제가 사는 곳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또는 안전한 도시에 늘 꼽힐만큼 참 좋은 동네입니다. 핸드폰 같은 걸 공공장소에 깜빡하고 두고 가도 가면 찾을 수 있고, 사람들도 참 호의적이고 매너가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이나 도난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사는데요. 미국에 와서 딱 2번 제 물건을 누가 무단으로 가져간 적이 있습니다. 비싼 노트북? 아니구요 스마트폰? 아니구요. 바로 다름아닌 1~2불이면 살 수 있는 한국음식이었습니다. 호기심에 누군가 슬쩍 가져간 것이지요...


제일 처음 완전 소중한 내 한국음식을 잃어버린 기억은 처음 캠핑하러 갈 때였어요.



도착하자마자 나무 장작 사고, 텐트를 설치하고 하이킹하고 왔습니다. 하이킹 한다고 모두가 자리를 비웠을 때 도둑이 드는 것도 몰랐다죠. 값비싼 것들은 다 차에 넣어 잠그고 다녀왔으니까요.



산책하고 와서 저녁으로는 코스트코에서 공수해온 삼겹살을 먹습니다. 이때도 아무 눈치를 못챘어요. 캠핑 사이트에 음료수도 고기도 캠핑 의자도 그릴도... 모든 물건이 다 그대로 있었거든요. 그리고 모닥불 피워서 캠프파이어하고 잡니다. 내일 아침은 한인마트에서 사온 너구리 끓여먹어야지~ 하고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서 열나게 모닥불 피웠습니다. 라면 먹을 생각에 같이 간 언니가 팔이 떨어져라 부채질을 했어요. 그런데... 두둥! 큰 일이 났습니다.  라면이 없는거예요! 분명히 짐을 풀 때 꺼내놓았는데 캠핑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져도 나오지 않는 너구리.


[내가 꿈꾸던 아침의 나]


처음에는 누가 가져갔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왜냐면 캠핑장에 라면을 먹을법한 동양인은 우리뿐이고 모두 백인들뿐이었어서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지요. 호기심에 우리 라면을 가져갔다는 것을요. 함께 있던 빵도 소세지도 마쉬멜로도 음료도 모두 그대로 있었어요. 그런건 늘 보던거니까 라면만 쏙~


결국 시무룩하게 빵과 커피를 마시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답니다. '이것들 어디 매운거 먹어보고 X꼬에 불이나 나봐라', '매운 맛좀 보여주게 신라면을 가져올껄 그랬다' 궁시렁대면서요.


두번째 제 한국음식을 잃어버린 건 아기 낳고 병원에 입원해있을 때였어요.



병실에 따로 전자렌지나 냉장고는 없었고 이렇게 공용부엌이 있었어요. 친한 언니가 끓여다준 미역국이나 호박죽 등 간식을 넣어놓고 남편이 조금씩 데워다 주면서 지냈었답니다. 퍽퍽한 음식이 안 땡겨서 남편이 한인마트에 가서 호빵도 사와서 넣어두었죠. 간식으로 먹으려구요. 병동에는 백인이나 히스패닉 계열 사람들 뿐이었어서 누가 미역국 먹기나 하겠어~ 누가 호박죽을 먹겠어~ 하면서 따로 이름을 적어두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어요.


하루는 저 먹을 음식 가지고 온다고 남편이 부엌에 다녀왔는데 표정이 영 이상합니다. 물어보니 냉장고에 넣어놓은 호빵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뭐시라? 하나밖에 안남아서 아껴두었던 내 호빵이 없어졌다고? 병동에 아시아인은 우리 뿐이니 그걸 누가 먹겠나 싶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남편이 다시 부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표정이 더욱 안좋습니다.


[내가 꿈꾸던 간식시간]


"아 그 XX, 호빵 한입 먹고 쓰레기통에 버려놨어!"


그랬습니다. 호빵 생긴게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딤섬으로 나오는 거랑 비슷하게 생겨서 먹은건지 그냥 궁금해서 먹은건지 모르겠지만 하나 남은 제 호빵을 공용 부엌에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었던겁니다. 대담도 하셔라. 근데 한입 베어무니 왠 시꺼먼 단팥이 소로 들어있으니 쓰레기통에 넣어버린거죠 ㅠㅠ


다음에 병원에 입원한다면 필히 매직을 준비해서 대빵 크게 "손대지마! 내꺼야!" 써놔야겠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