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우리 바로 옆집이 텅 비어져있고, 아파트 관리 직원이 청소를 하고 있더라구요.
나 : 안녕? 이 집 이사 간거니?
직원 : 응
나 : 알겠어. 안녕~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는 혼자 완전 방.긋. 웃었답니다! 그들이 이사를 갔다! 오예~
이사 나간 가정은 아파트 바로 옆집으로 중국인 가정이 살고 있었습니다. 부엌이 서로 붙어있는 구조였는데, 정말 하루종일 중국음식 냄새가 우리 부엌으로 타고 넘어오기도 하고, 세탁실 가려면 그 집을 지나쳐야하는데 정말 세탁실 입구까지 중국 음식 냄새로 진동을 했었어요. 중국음식이 주로 기름을 볶아 내니까 냄새가 참 강하더라구요. 식사준비도 어찌나 일찍하시던지, 오후 3시만 되면 저녁하는 냄새가 남ㅠㅠ
거기다가 중국어로 대화를 하는데, 꼭 부부싸움을 하는 것처럼 한달에 한번은 고성이 오가고...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라 대체로 점잖으시긴 했지만 저희도 좀 신경쓰이더라구요.
[출처 : Zootopia]
저는 한국에서 연립이나 다가구주택에 살면서 층간소음으로 크게 괴로운 적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살았던 건물마다 아기가 있는 집이 없었더라구요. 대부분 대학생 자녀를 둔 중년부부나 신혼부부가 많이 살아서 조용하고, 건물도 깨끗했었죠. 물론 한국도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고, 건축 자재를 아끼느라 구조 상 층간소음이나 벽간소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미국은 한국처럼 일단 아파트가 콘크리트 벽으로 되어있지가 않아요. 그니까 애초에 층간소음이나 벽간소음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답니다. 그리고 한국보다 오래된 아파트가 참 많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도 방금 찾아보니 무려 60년이 되었네요! OMG!
[출처 : 매경]
사실 이제는 정말 왠만한 소음은 아무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처음 미국에 와서 한 달 정도 우리 윗집에 살았던 한 네팔 가정 때문이지요. 유치원에 다닐 나이의 여자아이 2명을 키우는 집이라 사실 어느 정도의 소음은 그런대로 참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너무 정도가 심해서, 제가 참다참다 올라갔습니다.
나 : 똑똑
엄마 : (우아하게) 들어와~
문이 열려있더라구요. 열어보니 가구라곤 아무것도 없는 텅~빈 거실에서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놀며 공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헉! 집 안에서 공놀이? 그 아이들 뒤로 낡은 아일랜드 식탁에 엄마가 앉아서 그런 아이들을 그냥 지켜보고 있구요.
엄마 : (우아하게) 안녕? 무슨 일이니?
[출처 : beauty-around.com]
정말 낡고 텅빈 아파트에 요 사진처럼 딱 우아하게 앉아서 묻더라구요. 말하는 어투도 그렇고 앉아있는 자세도 그렇고 어찌나 우아하던지, 순간 네팔 공주 알현하러 온줄 알았어요. 가만, 정말 네팔의 로얄 패밀리인가?
나 : 나 바로 아래 집에 사는데, 아무리 애들이 있어도 너무 시끄럽지 않니? 어쩌구저쩌구 (최대한 친절하게)
네팔 공주 : 너 중국 언제가니?
나 : (발끈) 나 한국사람이거든? 그리고 여기서 최소 몇년 살꺼야.
네팔 공주 : (다시 우아하게) 우리는 한 달 뒤 버지니아로 이사간단다. (아이들에게) 얘들아, 너희들이 이 분을 불편하게 만들었잖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렴.
아이들 : (기어가는 목소리로) Sorry...
네팔 공주 : 그럼 안녕.
네팔 공주를 알현하고 왔지만, 한 달 내내 소음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답니다. 정말 한달이 지나가기만 손꼽아 기다렸지요. 분명 한달이 지난 것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쿵쿵거리고, 정말 시차도 적응해야하는데 괴로운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포기하며 살던 어느날, 우리 아파트 오른쪽 (안방이 서로 붙어있는)에 사는 미국인을 집 앞에서 만났는데 저를 보자마자 엄~청 호들갑을 떠는 겁니다. 얼굴에 기쁨이 만연하더라구요. "안녕? 너네 집 위 네팔 가정 어제 이사가는 거 봤어? 너무 좋지 않니~ 아이가 있다고 다 저렇게 시끄럽지 않아." 옆집 부부도 네팔 어린이들 때문에 너무나도 괴로웠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항의하러 윗 집에 방문했던 썰도 풀고, 둘이 그렇게 기쁨을 만끽하다 헤어졌습니다.
사실 아무리 조심해도 아이가 있으면, 목조 건물 특성상 주변 집에 피해를 아예 안 줄수는 없습니다. 주변에 아기를 키우는 분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구요. 특히 새벽에 아이가 울면 소리가 너무 잘 전해져서요. 한국이든 미국이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또 조심하며 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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