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망고댁 in 미국 시골

메디슨 이글하이츠 6년 거주 후기

반응형

진짜 징하게도 오래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이삿짐을 싸느라 바쁜데 3일 연속 불면증에 시달리는 김에 새벽에 혼자 부엌에 나와 그냥 이글하이츠 후기를 한 번 정리해보기로 했다.

 

처음 메디슨으로 오게 되었을 때, 그 때는 무조건 이글하이츠에 살아야하는 것으로 알았다. 현지 사정도 잘 몰랐고, 살면서 중간 중간 이사를 가고 싶다는 욕구가 자주 찾아왔지만 남편의 반대로 언제나 실패하였다. (이사를 갈 수 없는 이유를 여러가지로 설명했지만 결론은 이사 자체가 너무 힘들고 귀찮다는 것이다. 미국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메디슨 내에서 이사를 하는 것도 100만원 든다. 저렴하게 하려면 둘이서 며칠 동안 짐을 포장하고 유홀에서 트럭빌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짐을 나르는 방법을 써야함.)

 

그래도 이글하이츠에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고, 나름의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

 

UW-Madison University Housing

https://www.housing.wisc.edu/

 

Home

Welcome to the Division of University Housing at UW-Madison! Whether you are an undergraduate student in our residence halls, a PhD candidate in our apartment communities, a hungry customer in our dining markets, a summer program attendee, an employee, or

www.housing.wisc.edu

 

대학원생/포닥/교직원 등을 위한 학교 아파트(University Housing)은 총 3개의 단지(?)가 있다. 건물은 모두 오래되었으며, 2층 짜리 건물이다.

 

전체적인 장점

렌트비에 난방비, 수도세(이건 다른 아파트도 동일), 주차비, 인터넷비, 세탁기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유니버시티 하우스/이글하이츠 - 캠퍼스 간을 이동하는 80번 버스는 무료이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3일 매 1시간 단위로 이글하이츠 - 픽앤세이브(마트)를 다니는 무료 셔틀이 있다.

굉장히 안전한 편이다. (단지 내 경찰 상주. 시설은 수시로 직원들을 통해 점검 받는다. 입주민들이 대학 관련된 사람들이라 신원이 보장된 편.)

조경이 잘 되어 있으며, 근처 다양한 산책로를 이용하기 좋다.

단지 내에서 아이를 키우기 좋다.

계약을 1년 단위로 하지 않고, 이사 가기 3개월 전에만 말하면 되므로 언제 떠날지 몰라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부담스러운 경우 좋다. (서블릿 구하고 하는 것도 귀찮으니까.)

 

전체적인 단점

렌트비가 해마다 3%씩 오르다가, 이제는 5%씩 오른다.

아파트 자체는 노후 되었는데 (특히 이글하이츠) 그에 비해 가격이 많이 비싸다.

렌트비를 계속 올리는데도 아파트 운영이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한다.

주어지는 냉장고가 너무 작다. (한 450L 정도 되는 것 같음. 많은 경우, 냉동고를 별도로 구매한다.)

주차장이 옥외 주차장이다. (메디슨은 겨울이 매우 길며, 눈이 한 번에 아주아주 많이 온다. 임신했을 때, 임당검사한다고 속 울렁거리는 약 먹고 아침 일찍 주차장 나갔는데 눈이 종아리까지 내려있었다. 눈 샆으로 차 주변을 파내고 차 위에 쌓인 눈 쓸어내리고 겨우 병원에 갔던 기억이 있다.)

여름에 매우 덥다.

유니버시티 하우스와 이글하이츠는 차가 없는 경우, 움직이기 아주 힘들다. 80번 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나간 후, 그 곳에서 갈아타야함.

 

분위기와 학군

자녀가 있는 경우, 유니버시티 하우스와 이글하이츠는 쇼우드힐(Showood Hills, 주로 대학 교수나 의사들이 사는 싱글하우스 동네)과 학군을 쉐어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UW 교수 중, 이 곳에서 1-2년 동안 살면서 다운 페이먼트 비용을 모아 쇼우드힐 싱글하우스로 이사가는 경우도 봤다. 사실 이 점은 역으로 생각하면 다시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중국에서 교환교수로 많이 들어오는 시기의 학년에는 90%가 중국 아이들이 한 반에 포진하기도 한다. 다시 또 이 점을 장점으로 생각하자면 자녀가 아시안이라서 오는 소외감이나 위축감은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렇다. (쇼우드힐 초등학교는 내가 만난 학부모들은 모두 만족감이 높은 학교였다. 나는 여기에 아이를 안보내서 모르겠지만.)

 


 

단지 별로 정리해보는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정보. 각 아파트를 모두 마실다녀오느나 방문해보았다.

 

하비 스트리트(Harvey Street)

3년 전 리모델링 완료. 건물 자체는 노후되었지만 내부는 새 아파트. 마루바닥이고, 화장실이 넓고, 소파 등 가구가 포함되어있다. 구조 상 비상문이 거실에 위치하고 있다. 이글 하이츠와 집의 크기 자체는 비슷하다.

 

위치가 메인 도로인 University Ave.에 위치하고 있어 이동이 편하고 걸어서 홀푸드에서 장을 볼 수 있다. 차가 없는 경우, 캠퍼스나 다운타운에 버스로 이동하기 편하다. 렌트비는 쓰러저가는 낡은 건물에 가구가 포함되어있지 않은 이글하이츠와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값이면 하비 스트리트에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 집에 한 번 놀러가 보고 이사가고 싶은 욕구가 몇 개월 동안 와서 힘들었다 ㅋㅋ) 다만, 가족은 거주할 수 없고 학생 본인만 거주 가능하다. 또한 들어가기가 치열해서 다른 아파트에서 살면서 기다리다가 자리가 나면 들어가야한다.

 

굳이 단점을 따지자면 하비 스트리트에 거주하면 학교 아파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글하이츠까지 이동해서 와야한다는 점이 있다. 커뮤니티 센터와 커뮤니티 가든이 이글하이츠와 유니버시티 하우스 내에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들어와야한다. (싱글 대학원생이 커뮤니티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 큰 단점이 안될 수 있겠다.)

 

유니버시티 하우스(University House)

4년 전 리모델링 완료. 하비 스트리트와 유니버시티 하우스는 비슷한 시기에 리모델링되어서 부엌 디자인 등이 비슷하다. 역시 건물은 노후하지만 내부는 산뜻하며, 마루바닥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보통 마루가 깔린 아파트는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루에서 살고 싶은데 비싼 곳에서 살기 부담스럽다면 선택하기 좋다. 원베드와 투베드 모두 부엌이 안으로 숨어있어 집이 깔끔해보인다. 

 

이 곳의 원베드는 이글하이츠나 하비 스트리트의 투베드와 크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구조상 훨씬 덜 답답하다. 실제로 유니버시티 하우스 원베드에서 3인 가족이 사는 경우도 있었는데 방이 하나라는 단점이 있지만 방 자체가 크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이 없어보였다. (실험하는 아빠는 집에 있는 시간이 어차피 별로 없으므로.) 원베드의 경우, 부엌이 문하나 정도 크기로만 열려있어서 베이비 게이트 치면 아이가 부엌에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원베드는 단층이며, 투베드는 복층이다. 투베드는 층간 소음이 없으며 싱글 하우스에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름에는 집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식사를 하기도 하고, 덩치 큰 야외용 장난감을 놓아 아이들이 놀게 하기도 한다. 복층의 단점은 공기가 순환인지 난방인지가 잘 안되서 곰팡이 문제가 심각한 유닛이 있었다. 처음 리모델링하고 입주하였을 때, 납이 포함된 페인트가 제거되지 않았던 문제와 곰팡이 문제 때문에 입주자들이 책임자한테 따져묻고 항의하다가 이사 나가는 소동이 있기도 했다. (초기 외에 이런 문제를 나는 들은 적은 없다.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한 듯하다.)

 

약간의 아쉬움이라면 이글하이츠는 건물마다 세탁실이 있어서 지하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유니버시티 하우스는 세탁실이 딱 3개가 있어서 그곳까지 빨래 바구니를 들고 걸어가야한다. 메디슨은 겨울이 6개월이다. 가끔 엄청 큰 유모차에 아이 앉히고 뒤에 빨래 바구니 얹고 왔다갔다하는 아기 엄마들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리모델링하면서 싱크대에 음식물 분쇄기(grinder)를 설치하지 않았다. 하비 스트리트도 마찬가지다. 그라인더가 주는 편리함이 굉장히 큰데, 이 그라인더가 고장이 많이 나서 리모델링하면서 아예 설치를 안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경우, 80번 버스 정류장까지 가장 많이 걸어 나와야한다. (충분히 걸을만한 정도라고 보이긴 하지만 가장 먼 것은 사실.)

 

이글 하이츠 (Eagle Heights)

이글하이츠는 가장 유닛(가구) 수가 많다. 리모델링을 최근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도 노후되었지만 내부 역시 동일하게 노후하다ㅋㅋㅋ 투베드 룸이 가장 많은데, 이글 하이츠의 투베드룸은 다른 아파트의 원베드보다 같거나 작으며 구조가 좋지 않다. 한국의 군인 아파트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집순이의 경우, 오래 있다보면 답답해서 우울해지기 쉽다. 1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집 안이 노출되어 블라인드를 치고 살아야해서 답답할 수 있고 벌레가 자주 침몰해서 벌레 공포증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2층은 여름에 덥기 때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그냥 하루 왠종일 에어컨 틀어야한다. 대신 벌레는 덜하다. 물론, 1층도 거실로 해가 내리 쬐는 유닛이 있는데 이 경우 1층도 완전 찜통이다. 이글하이츠가 여름에 힘든게 구조상 창이 맞바람치도록 되어있지 않아서인 것 같다. 창만 마주보고 나있어도 훨씬 시원한데 그게 안되서 더 덥고 답답한 것이 아닌가 싶다. 여러모로 뽑기 운이 중요한 아파트이다.

 

이글하이츠에서는 몇 동대에 사느냐도 중요하다. 물론, 이것도 뽑기 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아파트는 한 번에 짓지만 이글하이츠는 100동을 짓고 15년인가(? 정확한건 모르겠음. 검색하면 나올 듯) 뒤에 200동을 짓고 그리고 나서 한참 뒤에 300동을 짓고... 이런 식으로 900동까지 지어진 아파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기는 비슷하게 보여도 뒷동대로 갈수록 화장실이 크고, 건물로 들어가는 턱이 없고 (유모차 있는 경우 아주 중요함), 복도가 넓어지고, 에어컨을 넣는 위치도 편리해지고 (100-200동대까지는 에어컨을 바닥 쪽에 설치하게 되어있다. 찬 공기는 아래로 가고 더운 공기는 위로 가니까 아래 쪽에서 에어컨을 쏘면 순환이 잘 안되지 않을까?), 심지어 지하에 사용할 수 있는 창고의 크기도 배로 차이 난다. 근데 가격은 어느 동 대에서 사나 똑같음.

 

건물마다 지하에 세탁기 2대, 건조기 2대, 개인 창고가 있어 내려가서 빨래를 하면 된다.

 

층간 소음과 벽간 소음이 심한데, 서로 안방과 작은 방을 마주보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옆 방에서 하는 대화 소리가 다 들린다. 아주 조용하다면 윗집의 옆 집에서 '카톡! 카톡'하는 알림음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윗집에서 끌고다니는 청소기가 지금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추적이 가능하다. 때문에 옆 집에 누가 사느냐 역시 삶의 만족도에 아주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 여러모로 뽑기 운이 중요하다.

 

이글 하이츠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투 베룸에 7명이, 그리고 원 베드룸에 6명까지 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옆집이 7명 살았었는데 아주 아주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ㅋㅋㅋ 그리고 아이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힘든 이웃을 만날 확률이 높다.

 


 

아이에게 이사간다고 2달 전부터 이야기해주었는데, 막상 이삿짐을 빼고 바닥에 누워 잠을 자자고 하니 이사 가기 싫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나도 포스팅한다고 지난 사진들을 쭉 돌아보니 너무 많은 추억과 기억이 이 곳에서 있었다는 기분이 든다. 집 자체는 별로 안그리울 것 같고 ㅋㅋㅋ 이 아파트 단지 자체가 그리울 것 같다.

 

 

눈 오는 날. 하원하는 길.

 

 

우리 집 앞.

 

 

단지 내 놀이터나 호수를 낀 산책로에서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

 

 

봄이면 오리들이 새끼를 낳는데, 아이가 오리를 참 좋아해서 매일 오리 가족을 보러 나가기도 했다.

 

 

커뮤니티 가든은 2개가 있는데, 연초에 신청해서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아이 데리고 구경시키거나 놀게 하기도 했다.

 

 

겨울이나 너무 더울 때는 커뮤니티 센터에 가면 실내용 자전거와 농구공이 있어서 놀게 할 수도 있다. 활동성있는 남자아이들에게는 괜찮은 공간이다.

 

 

한 번 찾아본 우리 집 모습. 사진 보니 이 건 나름대로 열심히 청소와 정리를 한 상태 같아 보임ㅋㅋ 집이 좁다보니 아이가 크면서 가구 배치를 참 이리저리 자주 바꾸며 생활했었다.

 

 


 

사진을 보니 이 좁은 집에서 아이 자기주도 이유식도 하고, 남편과 아이가 공놀이도 하고, 트램폴린도 뛰게 하고, 대형 기차 레일을 만들어 놀기도 하고 참 재미있는 기억도 많은 것 같다. 이제는 안녕...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