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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댁 in 미국 시골/유학생 와이프 일기

[유학생 와이프일기] 아내는 장금이 (feat. 가내수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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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한국 음식을 참 많이 해 먹게 된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식을 매 끼니 챙겨 먹지는 않았었다. 빵으로 때우기도 하고, 중국음식을 먹기도 하고, 가족 외식은 언제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고, 친구들 만나면 파스타 먹고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 와도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처럼 빵에 잼도 발라먹고 스파게티도 만들어 먹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몇 번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내가 한국에서 먹었던 빵, 각종 과자, 케이크, 중국 음식, 피자 등 전혀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음식들이 모두 다 한국식 Koreanize 으로 맛이 바뀐 것이고, 그런 한국화 된 서양식 같은 건 미국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미국의 머핀은 느끼하고, 과자는 짜고, 케이크는 딱딱하고, 피자는 부실하고, 베트남 쌀국수는 밍밍하고, 중국집에는 짬뽕이 없다. 




그래서 내가 먹고 싶은 그 맛을 재현하려면 집에서 만드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물론, 한인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한인 식당이 몇 안될뿐더러, 메뉴도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외식 메뉴라고만 생각했던 음식들을 종종해 먹게 된다. 닭강정, 짜장면, 수육, 튀김, 손만두 등 한국에서는 스스로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음식들인데 미국에 와서 다 만들어 먹었다. 갑자기 아~ 00이 먹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 바로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아본다.



대부분 유학생 와이프들은 한국에서 공부를 하거나 직장을 다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음식 솜씨가 서툴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려주는 밥을 먹거나 외식을 하며 지내다 미국에 오면 국 한 가지, 반찬 한 가지 다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음식을 배우는 방법은 바로 백주부 방송에 나오는 요리법이나 블로그 레시피이다. 수많은 요리 블로거들이 없었다면 우리 식구들은 매일 계란 프라이와 된장찌개만 해 먹었을지도 모른다.




일품요리뿐 아니라 밑반찬도 열심히 만들게 된다. 사실 한국에 있으면 밑반찬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친정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고, 반찬 줄 가족이 없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반찬을 살 곳이 많다. 나 역시 한국에 있을 때는 밑반찬이라는 걸 만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나 엄마가 각종 김치를 담가줬고, 교회 애찬 하고 남은 반찬을 종종 싸주었다. 


하지만 미국 시골 땅에 덩그러니 떨어져 보니 그 반찬들이 그립다. 물론, 이곳에서도 밑반찬을 살 수 있기는 하지만 그 가격이 너무나도 비싸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대신 인터넷의 힘을 빌어 한 가지씩 각종 반찬을 혼자 만들어본다. 위 사진 속 반찬들은 모두 내가 난생처음 만들어본 것들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에게 좀 더 음식을 배워올 걸 후회된다.


위에도 설명했지만 그리운 것은 비단 얼큰한 국물뿐이 아니다. 바로 한국식 빵이나 케이크도 너무 그립다. 한국식 제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미국의 빵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프랑스식 제과점을 이용한다, 파네라 브레드 Panera Bread의 머핀은 좀 덜 달다, 홀푸드 WholeFoods에서 파는 에인절 케이크가 학교 매점에서 먹던 통통배 맛이 난다 등 한국인 입맛에 맞는 빵을 찾기 위한 한인들의 노력은 계속해서 진행된다. 한국식 빵을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한인타운에 있는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 가장 가까운 한국 빵집이 편도 3시간 걸리기 때문에 소시지빵 하나 사 먹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미국 생활의 연차가 오래된 분들은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것에서 더 나아가 빵도 직접 만드는 것이다.



하루는 포닥 와이프인 유대인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가 빵을 굽고 있었다. 물어보니 빵 반죽 기계까지 구입했다고 했다. 유대인은 우리의 밥처럼 피타 Pita 빵을 먹는데,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에서 먹던 것 같은 신선한 피타 Pita를 구할 수 없고 맛도 없다며 집에서 매일 빵을 굽는다고 했다. 모국 음식이 그리운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 인가보다.





남편은 학교에 도시락을 가지고 다닌다. 사실 학교 식당에서 사 먹는 값이나 내가 도시락 싸주는 값이나 큰 차이가 없어서 사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2가지 이유로 대부분 도시락을 싸서 보낸다. 하나는 미팅, 수업, 연구 등 일정이 빡빡하거나 바쁜 날은 식당에 갈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거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이다. 그래도 도시락을 싸주면 자리에서 먹으면 되니 끼니를 거를 가능성이 많이 낮아진다. 



다른 하나는 사 먹는 메뉴가 지겨워서이다. 기본적으로 도시락을 싼다고 하더라도, 도시락을 못싸줘서 사 먹어야 하거나 학교 행사로 다른 학생들이랑 점심을 먹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먹게 되는 메뉴는 항상 피자, 햄버거, 도넛, 서브웨이 샌드위치 혹은 중국식 테이크아웃 덮밥으로 한정된다. 이걸 1년 정도 반복해서 먹게 되면 질린다. 그래서 반찬 2~3가지와 과일 1가지 넣은 단순한 도시락이라도 되도록이면 자주 싸주려고 노력한다. (미국 사람들은 위에 나열한 메뉴 외에 점심으로 감자칩 먹거나, 냉동식품 데워 먹는다.)



백종원과 수많은 요리 블로거들 덕분에 윤택해진 우리 집 식탁. 오늘 저녁에는 콩나물 북엇국을 끓이고, 계란말이를 반찬 해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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