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ba5 걸렸어요. 후각 미각 상실 했어요. 증상 후기 (아이는 음성, 부모는 모두 양성)
우리 집에 코로나가 두 번째로 찾아왔다.
올 봄에 찾아왔던 첫 코로나는
아이만 양성이었다.
아이는 하룻밤 몇 시간 열이 났다가 좋아졌고
양성이 나왔다.
나와 남편은 격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매일 코를 쑤시며
양성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렸지만
끝까지 음성이 나왔다.
아이는 1주일의 격리기간 내내 에너지가 팔팔했고
우리는 그렇게 집에서 보냈다.
지원금도 줄은터라 아이 앞으로 10만원이 나왔는데
그나마다 우리 부부가 자가진단 키트나 신속항원 검사를 매일 하면서 다 소진했다.
그렇게 코로나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
<Day 1>
"나 후두염인 것 같아"
남편이 느닷없이 자신이 후두염인 것 같다고 했다.
목이 따끔거린다나...
덥다고 이불을 제대로 안덥고 자서
아니면 하도 코를 골아서 목이 아픈가보다 했다.
<Day 2>
그런데 그 다음날 내 목도 따가웠다.
증상이 비슷했다.
더워죽겠는데 뜨거운 보리차를 마셨다.
우리는 뜨겁거나 차가운 무언가를 마시며 목을 진정하려고 했다.
그래도 무언갈 먹을 때는 목이 안아팠으니까.
목감기가 오려나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이미 코로나가 지나가기도 했고
열이 없었기 떄문에
두 번째로 찾아온다는건 상상도 못했다.
<Day3>
이날 밤, 자는데 땀을 엄청 흘렸다.
열이 나면 머리가 어지럽기만 한데 두통이 심했다.
아이와 남편이 각자 출근을 하고
나는 오후 5시까지 누워있었다.
아침에 물 두어모금 마신 것이 전부였고
약도 못먹고
화장실도 못가고
밥도 못먹고
누워있었다.
응급차라도 불러야하나 싶었지만 그럴 힘도 없었다.
조금만 더 누워있다가 기운 차리면
그 때 약을 먹어야지 했다.
하지만 오후 5시까지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가장 괴로운 것은 근육통과 두통이었다.
진짜 골반이 부서질 것 같았다.
겨우 가족들이 귀가했고
그제서야 체온을 재고
물을 마시고 코로나 자가진단키트를 하고 해열제를 먹었다.
(해열제는 도움이 안되었다.)
나는 도저히 병원까지 움직일 수 없어서
남편과 아이만 근처 병원으로 가서 신속항원을 했다.
이번에는 남편은 양성이고 아이는 음성이었다.
해열제를 먹으니 그나마 골반통은 줄었지만
어지럽고 두통이 심했고 낮처럼 밤에도 땀을 엄청 흘렸다.
죽 약간과 수박을 먹다가...
너무 힘들어서 소파에 누워있다가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Day 4>
가족 중 확진자가 나왔으니
온 가족이 함께 집에 있는다.
1주일 동안 자가격리이다.
(근데 병원은 대면진료해야하고
약 받으려 약국 가야하니 완전한 격리는 안됨)
오전에도 약을 먹으며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지만 어려웠고
체온을 재보니 39.9도였다.
온 가족이 함께 있어서인지
해열제를 제때제때 먹어서 열은 안잡히지만
그래도 통증은 없어서인지
병원을 가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아파서 입맛이 없었지만
아이도 덩달아 오전 내내 굶고
점심도 못 얻어 먹는 사태가 발생했다ㅋㅋ
대면진료하는 병원에 연락해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는 신속항원+해열주사를
남편은 해열주사를 맞았다.
해열제로는 열이 쉽게 안떨어질 수 있어서
가능하면 해열주사와 수액을 맞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간 병원은 수액은 안된다고 해서
해열주사만 맞고 왔는데
상대적으로 증상이 약했던 남편은
해열주사 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았다.
처방도 함께 받아왔는데
나는 증상이 심했기 때문에
처방받은 약 중간중간 이부프로펜도 먹었다.
약 효과가 한 2시간 밖에 가지 않았다.
남편도 증상이 없는 건 아니어서
어느 정도 잠깐이라도 육아는 해야하니
약을 계속 먹었다.
그래도 다행히 점심과 저녁을 먹긴 했다.
저녁을 먹고 잠을 잤다 안잤다 하니 리듬도 깨져서
늦은 밤에는 남편과 둘이 드라마 완다비전을 보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가
엄청난 설사를 했다.
이것도 코로나 증상이라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가 열 나면서 아프다가도
한번 응가를 하면 열도 내리고 낫는 경험을 했던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몸의 독소를 빼려고 그런거야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콧물과 가래가 계속 나온다.
<Day 5>
벌써 5일째라니...
격리의 시간도 참 빨리 간다.
아이랑 있으면 시간이 참 빠르다.
남편과 쉬면서 뭐할까 이야기도 했지만
아이는 안아프므로
아이가 치는 사고 수숩하고 어지르는 집 치우고
그냥 바빴다.
전날 설사를 엄청했기 때문에 몸이 빠르게 좋아질 걸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오후까지는 많이 힘들었다.
약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하루에 3번 먹고, 중간중간 이부프로펜을 먹었다.
그렇게 해도 어지러워서 쉽지는 않았다.
그나마 두통과 골반통이 사라진 것에 감사해야할 것 같다.
콧물과 가래는 이날부터 안나왔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ba5 증상을 잘 알다보니
콧물, 가래 약을 엄청 처방해주었기 때문 같다.
어쨌든 콧물과 가래 만큼은 걱정이 없다ㅋㅋㅋ
<Day 6>
후각과 미각을 잃었다.
수박을 먹으면 무를 씹는 맛이고
음식을 먹어도 짠맛 밖에 안 느껴지기 때문에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장점이라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 냄새를 못 맡아서 편하다는 것 정도이고
냄새를 못 맡으니 무슨 음식을 먹어도 먹는지 모르겠다.
후각과 미각은 서서히 돌아왔다.
2주가 지난 지금도 탄산을 먹어도
바람빠진 맛처럼 느껴지고
커피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장점이라면 입맛이 없다보니
양이 적어서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전만큼 먹으면
막 올라오려고 해서
강제로 양고래가 줄었다 ㅋㅋ